"전셋값만 해도 얼만데요. 부모님 도움 없이 20대 결혼은 이제 불가능해요." 중견 증권회사에 다니는 임범식(31·가명) 과장은 이른바 인기남이다. 괜찮은 학벌에 훤칠한 외모, 남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미혼 여성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다. 그러나 정작 그는 결혼 생각이 없다. "집 사고, 애 낳고 교육 시킬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혀요. 그냥 지금이 좋아요." 이런 그도 남모를 걱정이 있다.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 항상 아슬아슬하죠. 친구들은 그래도 정규직이 어디냐고 붙어 있으라네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청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며 대학을 졸업해도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삶의 고개가 없다. 젊은 날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도 있지만 불안한 노동시장과 고비용 사회구조는 청년세대에게 과도한 고통을 안겨준다.
2030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일자리 전쟁에 치여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4포 세대', 주택구입을 포기한다는 '5포 세대'까지 포기 항목은 계속 늘어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욕심을 버린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이 사토리(さとり), 즉 득도(得道)지 가장 의욕이 넘쳐야 마땅할 시기에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거세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취업은 '바늘구멍'…결혼마저 기피=지난 4월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그룹 공채시험에는 10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나마 삼성은 채용인원이나 많지 그렇지 않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입사시험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넘어야 한다.
통계수치로도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로 두 달 만에 다시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5월 들어 다시 8.7%로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3.6%)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늘어난 일자리도 임시직·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여건이나 임금은 기성세대보다 형편없이 불리하다.
사회생활의 첫 단추인 직장은 청년층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에 긍정적인 비율이 2009년 69.8%에서 2012년 67.5%로 줄었다. 미혼 여성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율이 같은 기간 31.8%에서 37.2%로 늘었다. 남자는 '주택 등 결혼자금 (68%)', 여자는 '육아(38%)' 때문에 결혼을 기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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